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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2015.06.25 16:09

Gus 조회 수:3055


"내 방이 오디고" 그날 밤도 어머니는 중얼거리며 당신의 방에서 기어 나오고 계셨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반년 전부터 머리가 흐려지고 몸도 가누지 못하시는 어머니. 자신의 방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시며 당신 방을 찾으시는 어머니를 보자,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앞이 흐려진다. 방으로 모시고 들어가 기저귀와 요가 젖어 있는지 살펴보고 눕혀 드리니 그저 허허 웃으시며 눈을 감으신다.

대여섯 살 무렵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다가 해질녘에 저녁 밥 먹으라고 찾아 나선 엄마 품에 안기면 엄마 냄새가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없었다. 초등 학교 시절, 계림극장 간판에 그려진 예쁜 여자들이 좋다고 극장에 들어가자고 떼를 쓰는 나를 보고 웃으시던 어머니는 영화 속 여배우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전차 속에서 졸다가 내릴 정거장을 지나쳐 종점까지 가면 헐레벌떡 뛰어오는 엄마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3남매가 모두 K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은근히 남들에게 자랑하며 행복해 하셨던 어머니. 공부는 하지 않고 말썽만 부리던 고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에게 혼이 빠지도록 야단을 맞고 교문을 나서며 눈물까지 찔끔 찔끔 하시던 어머니. 그렇지만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말썽장이 아들에게 선물을 사주며 기죽지 말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시던 나의 어머니.

이제는 사고 능력이 떨어져 그저 허허 웃기만 하시며 밤이면 요를 적시며 누워 계신 어머니에, 과거 아름답고 자랑스럽던 어머니가 수없이 겹쳐 지나갔다. “엄마, 사랑해요." 목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오며 마음속에서 외침이 울려 나왔다. 어머니 손을 잡고 "엄마.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팔십 가까운 어머니를 향해 사십이 넘은 남자에게 소리되어 나오기에는 힘든 말이었다. 입에서는 그저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못할 뿐이었다.

다음 날 오전, 직장에서 받은 전화, 깨워도 어머님이 반응이 없으시다고 집사람이 울먹이고 있었다. 집으로 황급히 달려가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숨만 쉴 수 있는 상태였다. 뇌의 기능도 정지하고 몸의 근육 어느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뇌사 상태였다.

그대로 사흘 밤이 지나갔다. 새벽에 어머니가 미동함을 느끼고 다가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무서워서 그 자리에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나의 어머니의 얼굴이 아니었다. 온 몸을 비비꼬며 일그러지는 그 얼굴은 아무리 무섭게 그리려 해도 그 이상은 형상화 할 수 없는 악마의 그것이었다. 내 안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는 그런 악귀가 어머니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어머니! 이런 모습으로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요?!" 이 한가지 생각 외에는 모든 것이 마비돼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평온한 얼굴로 돌아간 어머니는 잠시 후 미소를 지으셨다. 나는 그 아름다운 미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사랑과 행복을 머금은 그 고귀한 미소. 주님께 향해 가며 천사들과 화답했던 그 미소. 마지막 미소를 남기시고 어머니는 숨을 거두셨다. 어머니는 사탄과의 투쟁에서 이긴 후, 천사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마지막 길을 가신 것이다. 부활절 아침 9시 25분이었다. 어젯밤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세상을 떠나신 것이 너무나 고마워서 나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사랑해요 어머니, 제가 이 세상을 떠나 당신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할 말입니다.

요즘들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다. 어머니를 보내며, 죽는 순간은 자신의 인생을 가늠하는 마지막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떤 모습으로 죽느냐는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순간적으로 웅변하는 것이리라. 지난 삶을 아쉬워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집착으로 두려운 죽음을 맞이하는 측은한 모습이 있는가 하면 아! 한 세상 잘 살았구나 하며 이제 주님을 뵈야지 하고 떠나는 흐뭇한 모습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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