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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2014.01.17 08:57

Gus 조회 수:2481151

세월이 흘러 지난 곳을 돌아 보면 애잔함이 잔잔히 가슴을 스치곤 한다. 마치 늦 가을의 스산한 한 줄기 바람이 가슴을 스쳐 가는 듯한 거의 슬픔에 가까운 애련함이 다가들 때가 많다. 뒤 돌아 보기 잘하는 나에게는 수 많은 과거의 자국들이 가슴 속에 찍혀 있다.


코흘리개 시절, 땅거미 질 무렵 아이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 오는 엄마에게 뛰어가 안겨 맡던 엄마 냄새, 그 좁던 골목길. 한옥들이 죽 늘어 섰던 그 골목길에는 내 친구 성식이와 연희가 살고 있었고 길 끝 무렵에는 쌀가게가 있었다. 생일이면 왕관을 씌워 주고 생일 상을 차려 주던 무학 유치원. 국민학교 시절 왕십리 전차 종점에서 내려, 마중 나온 식모 누나와 함께 오르내리던 그 언덕길. 겨울 날 허름한 두부 공장을 지날 때면 코 속이 쩍쩍 얼어 붙던 매서운 추위의 고갯길이었다. 잔디가 깔린 넓다란 둔덕이 있어 시원한 놀이터가 되어 주었던 수도국. 그 무섭던 바위 절벽이 있던 우리 집 뒷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이사 가기 전까지 살던 왕십리는 항상 내게 귀소 본능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나의 고향이다. 그 곳에서 어렸을 때의 기억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가끔 나를 뒤돌아 보게 한다. 그 시절 왕십리를 생각하면 이유 없는 우수에 젖어 아련한 안개 속에 서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리고 그 곳에 다시 서고 싶다.


그리움을 갖게 하는 과거는 아름답다. 가끔은 가보고 싶은 과거의 자국들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이제 과거를 추억으로 정리해 놓아야 할 만큼 나이가 들었다. 나이 들어 과거를 추억하며, 어릴 때의 감정과 정서를 유지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먹고 사는 일, 아이들 키우는 일 등 세상적인 일에만 몰두하며 살다보면 감정과 정서는 메마르게 된다. 감정과 정서를 함양하는 것은 우리 개인의 내적 문화의 성숙이다. 우리 사회에 문화가 없다면 삭막하다. 어느 정도 먹고 살게 되면 사회 외부의 문화를 즐기며 살기를 원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내부 문화가 말살돼 있다면 사회 외부의 문화도 즐길 수가 없게 된다.


감정과 정서가 말라 붙어 개인의 내부 문화가 소진돼 가는 사람들을 보면 쓸쓸하다. 풍부한 감정과 정서는 우리 신앙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예수님의 고난을 함께하고 이웃의 고통을 같이 나누며 사랑하려면 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감정과 정서가 메말라 문화가 없는 곳에는 공감과 사랑이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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