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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끈'과 '발바닥' 신자

2014.01.17 09:10

Gus 조회 수:5346

미국의 권위있는 한 연구소에서 “교육 제도가 비대해 질수록 사회 전체는 지적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에게 있어 지식의 습득과 사고의 확장은 마치 숨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일상의 매 순간마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삶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의 가정, 일터, 취미 생활 등 모든 영역이 교육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지식의 습득과 사고의 확장은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에 오로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도록 테두리가 제도화되고 말았다.

학교라는 조직과 제도는 엄청나게 비대해지고 상급 학력으로의 진출은 모든 청소년의 성스러운 의무가 되고 그 끝도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고학력자’들은 떨어져 나간 보통 사람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간으로 ‘숭배’된다. 결국 이 '학교 제도'는 갈수록 비대해지고 보통 사람들은 점점 더 탈교육화되는 모순적인 두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국 '가방끈' 숭배 풍조는 그 '가방끈' 소유자들의 출중한 지적 능력이 검증받아서 생겨난 풍습이라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탈교육화되면서 빚어지는 웃지 못할 사회적 제례(ritual)의 산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 '가방끈'의 소지자들이 과연 그 숭배의 아이콘으로서의 합당한 내적 실력을 가지고 있을까?

지식과 여론이 유통되는 채널의 수와 볼륨이 제한적일 때에는 '가방끈' 하나만으로도 권위를 재생산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 일단 그 반론자가 유명 인사가 아닐 경우엔 출판, 매체, 방송 어디에서도 목소리 자체를 낼 수 없으니 청중이라야 호프집의 동조자 두 셋과 북어 대가리가 고작이다.

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게시판에서 국졸이건 서울대 교수건 “계급장을 뗀 채” 글로만 승부를 내는 전투가 도처에서 벌어 지고 있는 것이다. 거드름을 피우며 현학적인 수사를 동원해 숨으려 해도 구경꾼들이 우 달려들어 금방 탄로내고 만다.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 웹 세상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해주니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글도 못 읽는 그들에게 몇 개의 대표적인 뉴스와 토론 싸이트를 보여주었더니, 그 조회수와 댓글 쪽글의 부피만을 보고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지만 잠시 후 냉정을 찾은 이들은 이 같은 현상이 조만간 세계 도처에서 나타날 것을 이구동성으로 예견한다. 기존의 제도권 지식인들의 지적 권위가 실추되는 일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들의 신앙 생활에도 비유될 수 있다. 사랑과 봉사는 우리 천주교인들 누구나 행해야 하는 최고의 의무요 또 덕성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그러한 사랑과 봉사가 교회가 공공으로 운영하는 조직과 기구로 제도화되면서 상황이 바뀐다.

봉사는 교회의 공적인 조직과 기구에서 행하게 되고, 우리는 이제 그 성가신 '봉사'에서 해방되었다. 그렇다고 교인들이 봉사의 가치를 폐기한 것은 아니다. 교회 소속 신자들은 교회에 교무금을 내고 각종 헌금을 함으로써 간접 참여를 한다. 교회의 봉사 조직, 제도는 갈수록 비대해지는 반면 개개인의 품성은 갈수록 봉사 정신과는 멀어지는 아이러니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면은 영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된다. 교회가 비대해 질수록 미사에 열심히 참여하며 의식에 몰입하는 교인들은 점점 많아지지만, 자신의 개인적 일상 생활 중에 신심을 연마하고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신자들은 점점 줄고 있다. 교회 조직 기구와 미사에만 열심인 '발바닥 신자'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개인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사랑과 봉사를 행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을 통해 우리의 신심을 고양하고 드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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